안녕하세요.
기초과학융합연구소의 5월 6일 (수) 런치세미나에 대해 안내드립니다.
•연사: 신익수 교수 (숭실대학교 화학과)
•제목: 《호모 카르보》: 탄소 문명의 영수증과 열역학의 중력
•일시: 5월 6일 수요일 오후 12시
•링크: https://ssu-ac-kr.zoom.us/j/7781420554
• 발표내용: 426.9 ppm. 우리 문명이 지구에 지불해야 할 ‘에너지 영수증’을 나타내는 수치이다. 지구가 수천만 년에 걸쳐 정교하게 땅속에 잠가두었던 탄소의 봉인을, 인류는 산업화 이후 단 200년 만에 풀어버렸다. 자연이 영겁의 세월 동안 쌓아온 화석 연료라는 ‘저축’을, 우리는 찰나와도 같은 시간 속에 통째로 탕진한 것이다. 80만 년의 얼음 코어 기록을 통틀어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그야말로 지질학적 가속.
인류는 이 위기를 ‘기후 문제’라 읊으며 도덕적 실천을 강조한다. 하지만 진짜 본질은 다른 데에 있다. 이것은 그저 준엄한 ‘열역학의 문제’일 뿐이다. 인류는 사실 탄소 없이 단 하루도 존재한 적이 없다. 탄소를 태워 근육의 한계를 넘었고, 뇌 기능을 발달시켰으며, 탄소로 지은 도시에서 잠들고 탄소에서 뽑아낸 질소로 80억 명을 먹인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은 천연가스를 태워 만든 암모니아 비료, 즉 하버-보슈 공정에 생존을 빚지고 있다. 따라서 탄소 배출의 완전한 중단은 곧 인류 절반의 생명줄을 끊는 것과 같다. 탄소는 필요에 따라 선택한 그것이 아니라, 탄소 그 자체가 인류 문명의 외피이자 본질이었다. 즉, ‘호모 카르보(Homo Carbo)’, 탄소 인간.
그런데 열역학 제2법칙은 협상이란 걸 모른다. 대기 중으로 희석된 426.9 ppm의 이산화탄소를 다시 포집하는 일은, 광대한 운동장에 흩뿌려진 수조 개의 모래알을 다시 한 곳으로 모으는 것과 같은 ‘엔트로피와의 전쟁’이다. 평형 상태에서 혼합된 기체를 분리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일량(Wmin)은 농도가 낮아질수록 로그함수적으로 증가한다. 100만 개의 공기 분자 중 고작 427개를 골라내어 농축하는 과정은 자연의 흐름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가혹한 물리적 비용을 요구한다. 가령, 현재 직접공기포집(DAC) 기술이 마주한 벽은 단순한 기계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무질서도를 되돌리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열역학적 하한선의 문제이다. ‘기술이 위기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낙관은 과학이 아니라, 파티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위태로운 희망일 뿐이다.
인류는 지금 기후 위기라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패배하고 있다. 2026년 1월, 학술지 《네이처(Nature)》는 2024년 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 대비 이미 1.55°C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2015년 파리 협정이 설정한 ‘1.5°C 저지선’은 사실상 무너졌다. 이 목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산호초의 99%가 생존하고, 북극 해빙이 여름에도 녹지 않으며, 수억 명이 삶의 터전을 잃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마지노선이었다. 1.5°C 방어전에서 이미 패배했다. 2°C 방어전도 승산이 희박하다. 그러나 향후 3°C 상승 혹은 4°C 상승의 결과는 얘기가 다르다. 우리는 이미 졌지만, 얼마나 처참하게 질 것인가는 아직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단숨에 세상을 구하는 획기적인 신기술이나 단 한 번의 조약으로 승리하는 기적은 없다. 대신 우리에게 남은 것은 무너져가는 엔트로피의 전선에 참호를 파고, 삶의 양식을 바꾸며 조금씩 버텨내는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진지전(War of Position)’뿐이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기초과학융합연구소
